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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질병

항우울제 효과 시기는 언제일까?

환자가 통증의 고통을 의사에게 호소하게 되는 상황은 이미 그 고통이 인체내부의 통각신경체계만의 반응을 넘어선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만성화된 통증의 경우 인체의 해부생리적 반응뿐만 아니라 정신심리적 방어기전의 종합적인 붕괴마저도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의 통증은 감각의 차원을 넘어서 감정, 인지, 행동의 측면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통증 전문의들은 환자의 통증정도와 진행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진통제와 진통을 보조하는 약제들로써 진통치료를 병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현재 통증의학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간접적인 진통보조제로는 항경련제, 항불안제, 항우울제, 근이완제 등이 있으며 더욱 다양한 형태의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특정약물들을 정신작용제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특히 항우울제나 근이완제의 경우는 정신작용과 관계없이 통증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음이 밝혀지고 또한 통증이야말로 복잡한 정신작용의 일면임이 확실하므로 정신작용제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통증완화에 큰 도움을 주는 간접적인 통증 완화제인 항우울제를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1. 역학

항우울제는 아편유사제나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다음으로 많이 처방된다. 그 효과는 처음에는 긴장성 두통치료에 대한 치료법에서 보고되었으며 점차 만성 신경성 통증인 대상포진후신경통에서도 그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항우울제의 진통효과에 대해서는 초기에는 뇌세포에 간여하는 혈관확장작용에 주목하기도 했으나 최근의 여러 연구결과 뇌간의 여러 곳으로부터 척수에 이르는 하행경로에서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억제기능이 진통작용의 중요한 기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1) 항우울제의 진통기전

(1)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

NE 나 5-HT가 통증을 줄이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모노아민 가설이 여러 자료들이나 동물 실험 등을 통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선택적인 재흡수의 차단을 일으키는 약보다는 NE와 5-HT의 재흡수 차단 효과가 혼합된 약이 진통작용이 강하다. 모노아민 가설은 아직까지는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이다. 따라서 5-HT와 NE에 동시에 작용하며 심혈관계에 효과가 없는 벤라팍신 등의 약들이 임상에서 사용하기에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2) 나트륨 통로 차단

모든 TCAs는 신경계 혹은 신장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 한다. 신경병증성 통증의 기전중에는 DRG의 세포나 손상된 신경의 싹 자람에 의한 이소성 방전이 통증을 야기하기 때문에 말초 신경의 나트륨 통로 차단을 진통효과의 주요한 기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3) NMDA 수용체에 대한 길항

지주막하로 투여하였을 때 NMDA 수용체를 차단하는 작용을 하지만 이상적으로 이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을 투여하여야 하며 임상적으로 이용하기에는 힘들다.

(4) 교감신경차단 효과

데시프라민을 투여했을 때 약 90% 정도의 교감신경 차단이 일어나며 교감신경성 통증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항우울제의 종류

임상적으로 많이 처방되는 항우울제는 기분장애를 치료하거나 이와는 별도로 통증의 치료에도 적용이 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우울제의 초기형태는 삼환계항우울제와 MAOIs이다. 둘 다 NE와 5-HT의 재흡수를 동시에 방해한다. 그 외에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가 개발되어서 삼환계항우울제나 MAOIs의 부작용을 많이 줄일 수 있었고, 현재 NE와 도파민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도파민재흡수억제제, 5-HT와 NE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 등 여러 가지 항우울제가 만들어져서 임상적 효용성을 평가 받고 있다.


3. 임상적 항우울제 효과

(1) 통증의 원인에 따른 효과

삼환계항우울제는 척수 후각에서 NE, 5-HT의 재흡수를 방해하여 진통효과를 나타내지만 모든 통증에 대해서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주로 신경병증에 효과가 있으며 당뇨병신경병증이나 PHN에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긴장 두통이나 편두통에도 유의한 효과를 보인다. 비정형 안면통에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나 요통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섬유근통에는 소량의 아미트리프탈린이 효과가 있으나, 류마티스관절염이나 골관절염에는 효과가 없다. 신경병증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은 우울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항우울제의 우울증에 대한 효과가 통증치료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항우울제로서의 용량이나 효과 발현 시기는 진통작용을 위해 사용되는 항우울제의 효과와는 연관이 없다 즉, 신경병증 환자중에서 우울증이 있는 환자를 제외한 여러 연구의 결과에서도 여전히 진통효과가 있었다. 신경병증의 각 통증 양상에 대한 효과의 차이는 없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지속적인 통증, 이질통, 자발통 등에 대한 차이는 없다. 그 외에 뇌졸중 후에 오는 중추성신경병증에도 효과가 있으며, 비당뇨성 말초신경병증에도 효과가 있다.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 환자의 신경병증에서는 아미트리프탈린이 효과가 없다.


(2) 신경전달 물질에 따른 효과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5-HT와 NE가 관여하는 모노아민 가설이 항우울제의 신경전달 물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단순한 전달물질과 수용체의 개념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복잡한 기전이 내재해 있다. 즉, 중추신경계에서 작용하는 이러한 물질들이 정확하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5-HT, NE 수용체에 각각 선택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진 지멜리딘과 데시프라민 등이 투여되었을 때 뇌척수에서 5-HT와 NE의 대사물이 동시에 서로 비슷한 정도로 생성되는 것은 다른 복잡한 기전이 있음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상에서도 선택적이지 않은 삼환계항우울제인 아미트리프탈린이나 이미프라민 등이 비교적 NE 수용체에 선택적인 마프로틸린보다 진통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지멜리딘은 PHN에 효과적이지 못하며 단독으로는 진통효과가 그리 많지 않다. SSRI는 그 자체로서 진통작용을 나타내기보다, NE 재흡수 억제를 도와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SSRI가 단독으로는 진통효과가 많지는 않지만 임상석으로 5-HT와 NE에 대해 비선택적 흡수억제제인 아미트리프탈린 종류보다 기립성 저혈압, 항콜린성 증상 심정지의 위험이 많은 환자들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3) 용량에 따른 반응

진통작용을 나타내는 혈중농도는 각 개인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마다 증상의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과량 사용되거나 너무 소량 사용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TCA에는 치료창이란 것이 없으나, 아미트리프탈린의 용량을 증가 혹은 감소함에 따라 진통작용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치료창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항우울제의 진통작용은 우울증 치료의 용량보다 적은 용량에서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용량을 주면 줄수록 진통작용도 같이 상승한다. 다만 그만큼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질 따름이다. 따라서 부자용을 견딜만하다면 약용량을 증가시켜서 진통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4) 유전적 다양성에 따른 작용차

인체에서 항우울제를 산화하고 비활성화 시키는 효소체계인 CYP2D6과 시트코롬 P450은 개인마다 유전적 다양성이나 변이가 많다. 서양인의 7-10%, 동양인의 1% 정도가 2D6 유전자의 복제에 문제가 있으며 이런 경우 혈중농도가 10배나 높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떤 경우는 정상 효소를 보통사람들 보다 많이 복제하여, 투여된 약을 많이 대사하므로 일반적인 투여 용량에는 진통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 2D6효소를 억제하고 정상적 인 대사를 방해하여 항우울제나 2D6에 의해서 대사되는 약물은 농도를 10배정도 높이기도 한다. 

대사 정도의 다양한 모습들이 의미하는 바는 첫째, 항우울제를 투여할 때느 약물상호 작용에 대하여 잘 알고 환자 각각에 대하여 면면히 관찰해야 하고 둘째, 용량의 결정은 개개인 별로 달리 해야 하고 적은 양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삼환계항우울제의 혈장 농도는 50-100ng/mL로 유지 한다.



4. 부작용

(1) 심혈관계

기립성 저혈압, 심정지, 부정맥 등의 증상이 알파교감신경차단에 의하여 일어날 수 있다. 어느 연령대나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지만 특히 노인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65세 이상의 노인에서는 약의 복용에 의한 기립성 저혈압으로 쓰러져 고관절 골절 등 부상을 당할 위험이 3배나 된다. TCAs는 심장 전도를 느리게 한다. 따라서 각 블록이 있는 환자에서는 해로울 수 있다. 즉 허혈성 심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노르트립틸린과 파록세틴은 각각 18%, 2% 정도 동성 빈맥이나 복잡한 부정맥을 일으킨다. 진통효과는 비교적 적은 SSRI 계통이 오히려 심혈관계 부자용이 거의 없다.


(2) 진정효과

진정효과는 H1수용체 차단에 의하여 생성되며 불면증 환자에서든 도움이 된다. 데스프라민과 SSRI 등은 종종 불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TCA나 SSRI 등의 약을 처방한 때는 졸리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대를 잘 맞추어서 처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3) 항콜린 효과

아미트리프탈린, 이미프라민, 독세핀은 강한 항콜린 작용이 있다. 구강건조, 변비, 요저류 등을 호소한다. 토르트립틸린과 데시프라민은 항콜린 작용이 조금 있는 편이나 그 외의 SSRIs들은 거의 없다.


(4) 과체중과 성기능

TCAs는 식욕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고, SSRIs는 식욕저하와 체중감소 효과가 있다 TCAs, SSRIs 모두 성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5) 정신과적인 장애

TCA는 조울증 장애가 있는 환자에서 조증을 조장하기도 하지만 보다 큰 부작용은 자살이다. 따라서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환자는 반드시 정신과 치료를 의뢰해야 한다. 또한 급속히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 구역, 구토, 두통, 권태감, 수면장애, 좌불안석, 기이한 행동장애, 경조증 심화 등을 일으킨다. 금단 증상은 24-48시간 후에 일어나며, 1개월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특히 SSRIs들의 경우에는 어지러움, 기면증, 이상감각, 오심, 불안, 우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금단증상은 약을 서서히 줄여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며, 서서히 줄여도 금단증상이 생기는 경우는 용량을 다소 증가시킨 후 증상이 사라진 후 다시 감량을 시도한다.


(6) 세로토닌 증후군

항우울제와 어떤 특정한 약의 동시 투여는 근경련, 과반사, 진전, 근긴장도의 증가, 열, 오한, 발한, 설사, 섬망, 의식소실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소위 세로토닌 과용량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흔한 약들의 조합은 MAOIs들과 SSRIs, TCAs, 세로토닌성 체중감량제인 펜플루라민이나 덱스펜플루라민 들과의 조합이며 약을 중단하면 사라진다. 


5. 선택 및 사용에 있어서의 주의점

수용체에 비 특이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아미트리프탈린, 이미프라민, 노르트립틸린 등이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선택적 NE 재흡수 차단제 또는 SSRI 보다 진통효과가 더 있다. 그중 노르트립탈린이 졸음, 기립성 저혈압, 항콜린 부작용 등이 다른 것 보다 적어서 일차선택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데시프라민 또한 노르트립탈린의 부작용으로 견디기 힘든 환자에서 대신 사용 할 수 있다, 항우울제를 사용할 때는 심혈관계의 기왕력을 조사하고 기초적인 심전도를 검사해두는 것이 좋다. 


시토크롬 P450 2D6 효소에 영향을 미치는 약을 먹고 있는지 아니면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만한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항우울제의 투여 전에 미리 알아 보아야 한다. 처음 투여 용량으로 50세 이하에서는 하루 25mg을 투여하고, 50세 이상일 경우 하루 10mg을 사용한다. 불면증이 생기면 아침에 주거나 2번 나누어 준다. 효과가 업을 때에는 초기 용량을 3-4일 간격으로 증량해 나간다. 만족할 만한 진통작용을 보이거나, 다루기 곤란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하루에 100-125mg 정도가 되면 증량을 중단한다. 이 용량에서 진통효과가 없으면 마지막 약이 투여된 후 24시간 후에 혈장 농도를 확인한다. 혈장농도가 50-100ng/ml 이하일 경우 대사가 빠른 사람이거나 혹은 치료에 잘 따라오지 않는 환자일 것이다. 이 때는 증량하는 것이 좋다. 이상으로 항우울제 효과 및 시기에 관해서 알아보았다.